스가 다이스케(엘 골라소 FC 도쿄 담당) 칼럼

칼럼2022.2.24

스가 다이스케(엘 골라소 FC 도쿄 담당) 칼럼

알베르토 도쿄여, 더 많이 더 많이 배신해 줘!

개막전부터 크게 배신당했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알베르토 도쿄의 첫 출전을 보면서 ‘어떤 변화가 가져올까’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불안도 그만큼 있었다.

신체제 발표회 자리에서 "스타일을 구축하기까지 처음 6개월은 고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라고 명확히 말한 것을 시작으로, 오키나와 캠프 중에도 도쿄로 돌아온 후에도 "아직 기초 공사 단계"라거나 "이 스타일에 착수한 지 겨우 1개월"이라며 알베르 감독이 때때로 시간이 걸린다는 취지의 코멘트를 반복해서 입에 올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막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는 2연패 중인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완성도 높은 모습을 솔직히 인정하며,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예감은 개막전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맞아떨어졌다’. 킥오프 직후부터 모두가 허둥대며 빌드업을 시도해도 공이 앞으로 나가지 않았고, 반대로 균형을 무너뜨린 틈을 가와사키가 놓치지 않고 여러 차례 최종 라인 뒤 공간을 파고들어 위기를 초래했다. 처음 15분 시점에서는 예감이 불안으로 바뀌어 머리를 감싸쥘 뻔했다.

하지만 크게 배신당한 것은 여기서부터다. 15분이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침착함을 되찾기 시작했고, 25분 이후에는 흐름을 장악했다. 템포 좋게 공이 앞으로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앵커 포지션을 맡은 아오키 타쿠야와 양쪽 사이드백인 오가와 료야, 와타나베 료마 세 명이 공을 만지는 횟수를 늘린 점을 들 수 있다.

반등한 15분부터 25분 무렵까지는, 오히려 디에고 올리베이라, 레안드로, 나가이 켄스케의 전방 3명이 속도와 파워로 밀어붙인 느낌이 강했고, 세로로 너무 빨라 주변이 따라가지 못했지만, 아오키가 전체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패스를 넓게 분산시키고, 뛰어난 게임 메이킹 능력을 가진 오가와와 와타나베가 아군과 상대 모두를 보면서 능숙하게 위치를 잡아 빌드업에メリハリ가 생겼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대 진영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두터운 공격으로 이어지며, 가와사키를 몰아붙이는 선순환이 계속된다. 후반 45분 동안은 완전히 경기를 지배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베 슈토와 마츠키 쿠류의 인사이드 하프는 가와사키의 골 방향으로 몸을 향해 플레이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종료 직전에 보여준 맹공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경기 하이라이트>

아직 개막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만들었음에도 골망을 흔들지 못한 점이나 승점 1점조차 가져오지 못한 점은 여기서 접어두겠다. 그보다 이번 시즌 첫 90분 동안 알베르 감독 아래 FC 도쿄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올바른 길을 걷고 변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전해졌다.

그토록 ‘소극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이 정도의 내용을 보여주니, 알베르트 푸익 오르토네다라는 남자는 ‘연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후에 청적 팬·서포터들이 모인 원정석 앞에 나와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띄운 모습도 그렇고, 캠프 중에 선수들에게 공을 연인에 비유하며 전술을 숙지시키려 애쓴 것도 그렇다. 알베르 감독은 행동과 말을 능숙하게 다루며 사람을 끌어당기고 주변 사람들을 그 기분에 빠지게 하는 데 뛰어나다. 그렇게 생각하면, 프리시즌부터 일관되게 기대치를 낮춰두고 개막전 퍼포먼스로 서프라이즈를 주는 것도 계획대로였을지도 모른다.

<경기 후 팬·서포터 앞에서 보여준 알베르 감독의 열정>


절대 욕심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신중한 자세를 지켜온 알베르 감독이 시즌이 시작되면서 또 한 가지 계속해서 말해온 것이 있다.

“어떤 경기든, 어떤 상대든, 우리만의 스타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022시즌의 시작 무대였던 도도로키 육상경기장에서 보여준 축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었다. 지금 강하게 느끼는 것은 그것을 홈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도 맛보고 싶다는 것이다. 알베르 감독이 연출하는 다음 90분이 빨리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다.


Text by 스가 다이스케(엘 골라소 FC 도쿄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