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나침반’이 있다
알베르 신감독에 따르면, 팀의 완성도는 20%라고 한다. 다만, 중요한 토대는 상상 이상으로 단단해 보였다.
첫 출전 이야기이다.
토대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항목에서 다루는 토대란 바로 뒤쪽, 즉 4명의 백이다.
언제부턴가 디펜더(=DF)라는 호칭이 일반화되었지만, 시대착오도 심하다. 이제 그들의 일은 수비만이 아니다. 수시로 "공을 사랑하라"고 설파하는 알베르식 축구를 구현하려 한다면 더욱 그렇다.
특히 주목했던 것은 뒤쪽의 트라이앵글이었다. 두 명의 센터백과 그들 앞에 자리 잡은 피벗의 역할이었다. 신인 엔히키 트레비잔과 기모토 야스키, 그리고 베테랑 아오키 타쿠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좋은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시작 20분간은 수비에 몰렸지만, 4명의 백스를 중심으로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며 경기 흐름을 끌어당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수하지만 효과적이었던 것은 트레비잔과 기모토에 의한 라인업(밀어올리기)이다. 끈질기게 뒤를 노출당하고 위험한 장면이 만들어지면서도, 항상 미드필드와의 거리를 좁히고 좁은 포위를 유지하며, 라인 사이에서 한몫을 노리는 골칫거리들을 위험 지대에서 차단했다.

백스가 쉽게 라인을 내렸다면 상대의 의도대로 되었을 것이다. 뒷공간을 허용한 장면에서는 트레비잔의 날카로운 커버링이 빛났다. 위기 감지 능력과 볼 경합에서의 강함은 기준 이상일 것이다. 세트플레이 때 마크하고 있던 레안드로 다미앙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본인은 불만일 것이다. 다만, 그 외의 백병전에서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대응이 평균이라면 하이 라인으로 싸울 전망이 충분히 서 보인다.
<위기를 막는 엔히키 트레비잔 선수의 블로킹>
아니, 백스가 좋은 인상을 준 것은 수비뿐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빌드업도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었다. 시작은 다소 어수선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패스의 속도와 정확도가 올라갔다. 라인 사이의 동료에게 꽂아 넣는 세로 패스나 바깥으로 벌어진 동료에게 연결하는 대각선 패스 등 종류도 다양했다. 볼 터치도 좋았고, 지휘관의 가르침대로 패스워크의 템포를 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전반 중반 이후 효율적으로 공격 기회가 늘어난 것도 두 센터백의 활약 덕분이 크다.
알베르식 축구의 대표적인 특징이라면, 각자가 적절한 위치를 잡으면서 공을 전진시키는 포지셔널 플레이에 있다. 상대를 속이는 위치 선정의 이점도, 뒤에서 타이밍 좋게 좋은 패스가 들어와야 비로소 살아난다. 그 시작점이 바로 뒤쪽의 트라이앵글이다.

알베르식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 축구의 방식은 손을 사용하는 구기 종목과 비슷하다. 나침반은 가장 깊은 곳에 있다. 농구의 포인트 가드가 그렇다. 그 역할을 센터백이나 피벗에게 맡기는 시대다. 그들의 적합 여부와 능력 차이가 팀의 명운을 크게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백스의 수비력이 충분해도 빌드업에 문제가 있으면 실점 위험이 높아지는 까다로운 상황이 되고 있다. 수비 측 전방에서의 압박이 강해져 역습은커녕 볼을 잃고 바로 실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뒤에 프레스를 회피할 안전밸브를 가진 팀이 강하다. 엔히키 트레비잔과 키모토의 보강은 이치에 맞는 선택일 것이다.
<기회의 출발점이 되는 키모토 선수의 대각선 패스>
또한, 두 명의 센터백이 실력의 일면을 보여준 덕분에 중견 선수인 모리시게 마사토를 피봇으로 쓰기 쉬워진 것도 좋은 재료다. 이 포지션에서 선발 출전한 아오키의 활약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라와 레즈가 2017년에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을 때도 같은 4-3-3의 피봇을 맡아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보였다. 다만, 공격과 수비를 막론하고 중요한 일을 맡는 역할인 만큼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은 것은 분명하다.
흠을 찾자면 골키퍼를 포함한 빌드업일 것이다. 다만, 야쿠브 스워비크는 그 점도 고려하여 영입한 인재일 것이다. 상대의 하이프레스 강도가 높은 시간대에는 골키퍼로의 백패스를 최소화하고, 라인 뒤로의 롱볼을 늘리는 등 단호한 선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미지수였던 최후방의 트라이앵글이 일정한 성과를 내며 앞으로의 전망이 밝아졌다고 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확실히 첫걸음(빌드업)에서 걸리면 포지셔널 플레이도 아무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도 ‘뒤의 나침반’을 손에 넣은 것은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알베르트 도쿄에 올바른 항로를 가리켜 줄――그런 상상이 점점 커질 뿐이다.
글쓴이 호조 사토시(축구 라이터)